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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이라는 마법
    경제산책 2019. 3. 6. 18:16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굉장히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죠. 이 소득증가에 환율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인당 GNI(국민총소득)은 원으로 계산하면 전년보다 2.5% 늘었는데 달러로 계산하면 전년보다 5.4%나 늘어났습니다. 환율이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지난해 원 달러 환율은 평균 1101원이었습니다. 2017년 평균 1130원보다 2.7% 떨어졌습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가치가 올랐단 이야기고 달러로 환산했을 때 액수가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환율이 더 떨어지면 국민소득이 더 껑충뛸 수도 있고 환율이 폭등하면 3만 달러 시대를 금세 반납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3만 달러 시대'가 정말 경제가 성장해선지, 아니면 환율이 떨어져서 숫자가 커보이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하는 이유입니다.  


    일본은 1992년에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95년도에 4만 달러를 돌파했다가, 지금은 줄곧 3만 달러에 머물러 있습니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출산, 저성장 등 성장 동력 부진이 큰 요인입니다. 그런데 환율 영향도 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양적완화를 추진하면서 돈을 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엔 달러 환율이 오르는 결과를 낳았지요. 이 때문에 아직 4만 달러에 이르지 못한 영향도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를 해볼까요.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했던 1994년 이후 김영삼 정부는 이 성과를 지키기 위해 

    원 달러 환율을 760원 대까지 떨어뜨리는 저환율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원화 가치가 너무 오르면서 경상 수지가 악화됐고, 결국 외환 위기를 겪게 됐죠.  


    이렇게 환율은 우리 소득 지표 산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진짜 우리 삶이 나아졌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환율로 양이 많아보이는 '마법' 없이도 3만 달러를 지킬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떳한 3만 달러, 그리고 나아가 4만 달러 시대로 나아가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발굴해야할 테고, 체감경기와의 괴리를 해결해 경기 활력을 끌어올려야겠죠. 길거리에만 나가봐도 우리 삶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번 '3만 달러 공식화'가 씁쓸한 이유입니다. 환율이라는 1등 공신 없이도 진짜 우리 체력으로 3만 달러를 일궈내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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