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여름잎 2019. 3. 11. 23:01


인터뷰하러 가는 이동하는 중 예상치 못했던 선곡이 내 귀를 때렸다. 'god의 길' 리메이크 버전. 헨리, 아이유, 조현아, 차례차례 나오는 포근한 보컬들. 갑작스러운 감동, 바로 이게 랜덤재상의 맛이지. '길' 은 2001년 11월에 나왔다. 이 리메이크 버전은 2019년 1월. 거의 20년 가까이 된 노래지만 왜이렇게 가사가 가슴에 콕콕 박히는지.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내게 기쁨을 주는 게 돈도, 명예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라고 말하지 않아서 더 공감이 됐달까. 솔직히 나는 돈과 명예 좀 중요하니까. 그리고 또 하나 뼈 때렸던 가사.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도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이 블로그를 연 것도 내 길을 찾고자 한 이유가 컸다. 그래서 나름 고민 끝에 "건축물 보고 그리는 것 좋아하고, 책 읽고 요가를 하지, 경제 일도 해. 그러니까 이런 글을 쓸거야" 라고 생각해왔지만 갑자기 이 가사에 종이가 물에 젖듯 빨려 들어갔다. 스페셜리스트는 고사하고 무슨 맥락없는 짬뽕이람 하면서 자신감이 없어진 거다. 어릴 적부터 길이 뚜렷한 스페셜리스트들을 동경해왔는데, 그 마음을 지금도 못 보내줬다. '길'이라는 노래가 그 당시에도, 20년이 다 된 지금에도 공감을 얻는 건 다들 이렇게 꾸역꾸역 고민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 어떤 때는 건축이며 경제며 허세가득한 글을, 어떤 때는 가장 내 날것의 마음을 적어내려가다보면 이 블로그에도 길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지름길이 아니면 어때. 이곳 저곳 휘젓다가 내가 가장 잘 갈 수 있는 길로 서서히 발걸음이 이동하기를. 글이 이동하기를. 멈추지 않고 길을 걸어보고 있으니 이게 '나의 길'이 아니면 또 다른 '나의 길'을 찾아 가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