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산책

제주 역사를 기억하는 시간

여름잎 2019. 2. 24. 15:38


풍경과 맛집 속에 파 묻혀 있던 중에 우연히 조천읍에 있는 제주항일기념관을 방문하게 됐습니다.좀 걸을까 싶어서 조천만세공원에 놓인 길을 따라 걷다가 항일기념관까지 이르게 된 건데요. 오전 9시쯤 갔는데, 그때가 딱 문을 열 시간이었어요. 제가 첫 손님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전시관. 차분히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 부끄럽지만 어릴 적 서대문형무소 방문 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마주하는 역사였습니다. 하물며 제주도 역사는 얼마나 낯설까요.  하지만 우려도 잠시, 서서히 전시에 빨리듯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독립의 선두에 있었습니다. 

  • 3.1운동이 일어나기 다섯 달 전 이미 최대 투쟁을 일으켰고요 (법정사 항일운동)

  •  3.1운동 20여 일 후엔 네 차례에 걸쳐 조천장터와 만세동산에서 시위를 벌였고 (조천만세운동)

  • 1930년대엔 우도, 성산 해녀들을 중심으로 최대의 여성, 어민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해녀항일운동) 

이 세 운동은 현재 '제주 3대 항일운동'으로 불리고 있어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외세에 민감한 삶을 살아왔을 선조들.  그분들이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니 

육지 항일운동을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깊은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숙연해졌고 눈물도 났습니다. 




전시관을 나와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넓은 공원을 한참이나 걷고 또 걸었습니다. 높게 솟은 애국선열추모탑과 입이 없는 함성상과 절규상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무채색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저절로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3.1운동 기념탑에 올랐을 무렵 여기 기념관 해설사라는 분이 다가와 여행 온 거냐며 말을 건넸습니다. 이전엔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예쁜 것만 찾았는데 요즘엔 다크투어가 유행이라 꽤 관심을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섬사람들의 생명력과 단결력을 보여주자며 이를 악물고 일제와 싸웠을 제주도민들을 기억해달라고 한참동안 당부를 하셨습니다. 제주도에 방문하시면 '역사 투어'도 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한'반도'와는 떨어져 있지만 바다 건너 뿌리깊은 애국심을 간직한 사람들, 제주도민들은 그런 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