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7박9일 터키여행 갈무리

여름잎 2019. 8. 12. 03:15

 

터키 역사를 포함해서 다시 글을 올리려고 계획 중이지만, 

이 글은 우선 마구잡이로, 여행 막후의 따끈따끈한 '비빔밥' 같은 글이다. 

 

*8월 3일: Istanbul, Blue Tuana Suite 

버스기사를 못 찾아 헤맸지만 무사히 숙소 안착했던 날.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서 아야소피아 야경을 보고 '이슬람 국가(물론 국교는 아니지만)에 왔구나'를 실감했다. 

 

*8월 4일: Cappadocia, Arch Palace Budget Double Room 

마르마라 해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조식을 먹고 카파도키아 괴레메로 직행. 완전한 동굴호텔은 아니지만 '아치형 숙소'에서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공기를 쐬었다. 더위를 뚫고 괴레메 야외박물관으로 향했다. 로마 시대 후기에 박해를 받았던 그리스도교들이 미로처럼 기암 속에서 숨어있던 곳. 짠 소금 맛 요구르트인 아이란도 처음 맛 봤다! 항아리케밥도 먹었는데, 사실 항아리를 톡 하고 두드려주는 것 외에 다른 케밥과의 뚜렷한 맛 차이는 모르겠다, 아, 국물이 좀 있는 따뜻따뜻한 맛이 달랐던 듯 하다. 

 

*8월 5일: Cappadocia

벌룬투어를 보지 못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쉬다가 로즈밸리투어를 했다. 기암 속에서 바라보는 석양, 벅차다는 극한의 감동보다는 편안했고 충만했다. 낮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파는 팔찌를, 밤에는 친절한 터키아저씨에게서 소가죽 가방을 샀다! 사실 낮에 엽서를 5배나 비싸게 주고 산 경험도 했는데,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나의 경우엔, 여행에서의 소비는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효율을 따지지 않는다. 안쓰럽게 손 부르터져가면서 팔찌를 만드시는 할머니의 정성을 보듬어드리는 것, 엄마 안 계신 사이 짐을 지키는 꼬마 아이가 가격을 바가지로 부르는 것을 눈 감고 모른 채 해주는 것, 그것이 나의 하나하나 소비마다 담긴 경험이다. 

 

*8월 6일: Cappadocia

벌룬을 또 못 보고, 그린투어를 떠났다. 괴레메 파노라마, 데린쿠유, 벨리스르마, 야프락히사르, 피죤밸리, 으흘라라 계곡 등을 방문했다. 정확히 어디가 어디인지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덥고 졸고..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가이드투어 없이는 길 잃기 딱 좋은 곳이었고 으흘라라 계곡은 스타워즈 감독에게 영감을 준 곳이라고. 여느나라 가이드투어와 마찬가지로 중간중간 '끼워 팔기 상점'도 있었는데 잦은 등산으로 지친 나는 살구초콜릿을 냉큼 샀지만, 한국와서 먹으니 너무 달다... 그때 정말 당이 많이 떨어져 있었구나, 생각했다. 머리 잘 썼다, 요 상점! 그리고 화장실에서 대충 씼은 후 야간버스 타고 파묵칼레로 이동했다, 매우 추웠다! (안녕, 카파도키아, 야경이 아름다웠던 세계문화유산!) 

 

*8월 7일: Pamukkale, Hotel Pamukkale

쌀쌀한 아침, 비몽사몽 벌룬을 보았다. 카파도키아에서 못 본 찝찝함을 어느정도 해갈해주었다. 석류 열매를 따다주시면서 우리를 배웅해주셨던 따뜻한 할아버지, 수영장이 있던 시골 마을의 가정집 호텔도 좋았다. 좋았다, 라는 단어를 정말 쓰기 싫은데, '좋았다'라는 말처럼 가장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단어가 지금으로선 떠오르지 않는다. 나중에 세세하게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조금더 구체화해보아야지. 그리스 유적을 보고 싶었던 나는, 기원전 190년 도시 유적지 히에라폴리스가 너무 설레었다. 신전과 원형극장...그리스를 못 가 봤기 때문에 너무 신기했다. 연대보다 고대가 (내 기준과 내 생각으로)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아마 원형 모양의 노천극장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매우, 매우, 매우 더웠다. 사람도 매우 많아서 석회봉엔 매끈한 물에 발만 담그고 겨우 빠져나왔다. 

 

*8월 8일: Istanbul, 올래이스탄불 민박 

새벽 비행기를 타고 민박에 도착했다. 편하게 일정을 다 짜주셨다. 아야소피아, 귈하네공원, 톱카프궁전, 이집션바자르 거쳐서 유람선 탑승! 정말 많은 걸 했다. 양고기, 양갈비 케밥도 쵝오! 아야소피아 성당은 가톨릭 성당이었다가, 그리스 정교회 총본산이었다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뀐, '동서양의 교차로' 진수를 보여줬던 곳이었다. 성당 내에 모자이크를 '없애진 않고' 회칠을 덧발라 지워버린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근처에 촉촉한 기둥이 있는데, 엄지손가락을 넣고 한바퀴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나만큼 조금 돌린 사람도 못 봤다.

 

바로 근처에 예레바탄 사라이라는 최대 규모의 지하저수지가 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함을 식힐 수 있었지만. 8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이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수 만명의 노예들이 희생됐다고 하니 숙연해지기도. 

 

장미+장소를 뜻하는 꽃이 참 예뻤던 귈하네공원을 지나, (할머니가 파시는 화관 좀 사드릴걸) 오스만 제국때 술탄이 거주했던 톱카프궁전으로 향했다. 술탄의 왕비와 후궁, 자녀들의 거처로 이용됐던 하렘도 방문했다. 내부 장식이 매우 화려했다. 이 공간은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여성과 분리된 이 공간이 '화려한 문화'로 봐야할 부분이었는지, '폐쇄적인 삶 속의 실내의 낙(樂)'으로 봐야할 부분인지 알고 싶다. 톱카프 궁전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완벽하다!

 

파리, 프라하의 야경을 다 본 사람으로서 이스탄불의 야경도 매력 있다고 생각. 보스포루스 해협 크루징 장소를 찾는데 매우 헤멨지만 다행히 잘 탑승했다! 너무 화려하진 않아도, 적당히 반짝였고 또 평화로웠고 평온했다. 화려한 이 도시가 차분하게 가라앉는 밤, 첫날을 마무리했다. old money를 싫어하는 터키 택시기사들을 물리치고.

 

*8월 9일: Istanbul

어제 구시가지에 이어, 골든 혼 북쪽에 있는 신시가지로 향했다. 돌마바흐체 궁전과 탁심광장, 베벡 스타벅스. 돌마바흐체 궁전은 우아하고 장중한 모습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했을 때만큼의 압도감은 없었지만 말이다. 톱카프 궁전이 너무 비좁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해서 뒤늦게 지었는데, 19세기 중엽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긴다. 터키의 초대대통령 아타튀르크도 업무를 보다가 숨졌는데 시간이 그가 숨진 9시 5분에 멈춰있다. 침대엔 터키 국기가 담긴 이불이 덮혀 있는데, 키가 그렇게 크진 않은 모양이다. 

 

밀푀유로 당을 채운 뒤 탁심광장, 모 카페에서 피자와 맥주로 낮 더위를 식혔다. 그 뒤로 부촌인 베벡으로 향했는데 유럽 풍의 바다, 요트, 공원 등 분위기가 '부티'가 흘렀다. 정말 커피 맛집(카파도키아 할아버지 외에) 를 발견하지 못했던 나는 이곳에서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아이스로 홀짝홀짝 들이켰다. 물론, 스타벅스라고 해서 맛이 통일된 건 아니다! 맛이 엄청 있진 않았단 이야기다. 유명한 로쿰 가게에서 로쿰을 구경하고, 노상에서 터키 차이를 마시다가, 민박에서 맥주를 마시다 잠이 들었다. 

 

*8월 10일: Istanbul

블루모스크 내부를 구경하고, 슐레이마니에 자미로 가서 커피를 홀짝, 이스탄불 노상 카페에서 커피 보드카 Raki를 들이켰다! 블루모스크에 들어갈 땐 히잡을 둘러야하고 민소매, 반바지도 입으면 안 된다. 엄청난 신공항 쇼핑을 헤매다가 마무리!

 

극성수기에 많이 아끼지 않고 다녀 온 7박 8일 동안,

비행기 130 만원, 숙소 등 투어 값 28만 원, 아빠 술 등 기념품 및 입장권 포함해서 80만 원 = 250 만원 정도! 

 

혼자 여행을 좋아하지만, 결혼 전에 친구랑 여행을 오면서 여행에 완전히 몰입했고, 인생샷도 많이 건졌다! 

요 글은 까먹을까봐, 막 두서 없이 적은 메모장 같은 글이고, 테마를 정해서, 느낀 걸 정해서, 다시 정제된 글을 차차 올려 볼 생각이다, 예쁜 사진들과 함께. 정제된 유럽만 좋아하던 나, 이슬람 문화, 그리스로마 문화, 그리고 드넓은 자연경관까지 선사한 터키, 다음 휴가엔 이탈리아, 스페인,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중에 골라볼 생각이다! 

 

메르하바, 터키!